개인사업자를 정리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기술적으로 좋은 경험을 쌓았고,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 회사에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 예전처럼 스타트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표님과 커피챗을 나누거나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약 2년 전 일자리를 찾아다녔을 때와는 무언가 달랐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저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첫째도 돈이고 둘째도 돈이다. 돈이 있어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면접을 보러 다녔던 스타트업들은 하나같이 의문이 들었다. 나아가는 방향이 불명확했고, 본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나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을 부풀려 이야기할 뿐, 필요하지도 않은 MSA를 들먹이곤 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기술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MAU가 1만조차 되지 않는 서비스에서 그런 기술들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면접에서 기술적인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갈 때면 전혀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 눈에는 그저 오버엔지니어링으로 보였다. 개발자는 코드를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이지만, 요즘은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를 기반으로 직원이 20명이 넘는 조직을 운영하면서도 연 매출 5억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딘가 모순적이지 않은가?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으로서 왜 존재하는 걸까? 특정 기업을 저격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느니, 항상 배가 고프다느니 하는 말을 하기 전에 지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망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기회라고도 한다. 하지만 도전적인 것과 견적도 재보지 않고 무작정 머리를 들이받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자기 자신에 취한 사람들을 보면 이제는 지쳐간다. 대화 중에 굳이 알 수 없는 영단어를 꺼내며 남몰래 지적 허영심을 뽐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까지 할 일이 없나 싶기도 하다. 매출은 일어나지 않고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주제에, 마치 자신들이 벌어들인 돈인 양 오만하게 행동하면서 말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멀리 떨어져,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로 업을 이어가는 대표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중 쿠팡에서 셀링을 하고 계시는 한 대표님이 있었다. 직원 6명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만들어냈다고 하셨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개발자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어떤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중국에서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큰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례를 직접 접하고 나니, 내가 바라보던 세상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었다. 이제는 스타트업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도전이라며 매주 60시간씩 자신을 갈아 넣는 사람들의 노력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 되는 일에 무작정 머리를 박으며 도전하는 것, 즉 의미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은 그 과정에서 경험치라도 남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대표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상처와 빚더미에 앉을 뿐이다.

내가 그토록 매혹되었던 스타트업이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과거의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로망을 느꼈던 것일까?

저녁에 잠시 끄적여본다.